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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하던 것을 멈추게 된다면

  • yongma
  • 2025년 05월 25일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리 바빠도 글은 꾸준히 쓰고, 독서모임도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그걸 모두 쉬고 있다. 특히 글 쓰는 건 당시에는 시간을 꽤 많이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면서 써야할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방해하곤 하지만, 그걸 넘어서 결국 발행하고 나면 나중에 쓴 글을 모아볼 때만큼 유익한 것도 없더라.

브런치,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등 여러 플랫폼을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다가 결국 워드프레스로 정착하게 됐다. 이 곳도 언제 떠날지 몰라서 정착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삶의 위기는 어쩌면 거창한 사건보다 꾸준히 해오던 것을 멈추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숨쉬듯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여진 루틴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자의든 타의든 놓게 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습관 근력이 스르륵 녹는 것 같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뭔가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 때 비로소 그 공백을 발견하는 것 같기도.

최근에 영화 <아멜리에>를 관람했는데 무려 24년이나 지나 재개봉한 작품이다. 영화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고, 주변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꼭 봐야한다며 극찬했던 작품인데, 때가 맞지 않으면 보기 힘든 영화들 중 하나였다. 마치 내 마음의 부채를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극장에서 재개봉해준 덕분에 이번에 보고 왔다.

주인공 아멜리에를 비롯해 극 중 나오는 많은 사람들은 뭔가를 열심히 수집한다. 아멜리에는 물수제비를 하기 위해 모나지 않은 돌을 수집하는 게 일상이고, 아직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에 찍힌 발자국을 수집하는 사람, 기차역 포토부스에 버려진 증명사진을 모으는 사람, 스토커처럼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도 뭔가를 수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좀 뜸해진 것 같지만 각 나라별 스타벅스 머그컵을 모으는 사람, 우편을 모으는 사람, 각 기차역의 스탬프를 모으는 사람, 맥주 병뚜껑을 모으는 사람 등. 처음에 그런 것들을 수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런 걸 모으는지’ 의아한데, 몇 년이 지나 오랜만에 봤을 때 불현듯 ‘그때 하던 거 여전히 지속하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여전히 모으고 있는 사람의 열정을 보면 그런 의아함이 쏙 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꾸준함은 중요하다. 행위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꾸준함이 주는 신성함이 있어서다. 나도 당장 영화 <아멜리에>를 보고 아멜리에처럼 돌을 모아봐야지를 할 수는 있어도 그걸 지속하기란 어렵다. 어떤 시작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힌트를 얻을 수 있어도 지속성은 온전히 나와의 싸움이니까. 뭔가를 지속한다는 건 스스로도 끊임없이 방해하는 싸움인데, 거기다 오지랖이 넓은 우리나라 특성상 타인이 개입하여 방해하기도 쉽다. 그래서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도 몇 년 간 꾸준히 뭔가를 지속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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