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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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일, 오하림

  • yongma
  • 2025년 05월 06일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그사이에 만나는 사람과 듣고 보는 것들, 먹고 사는 것들, 웃으며 화내는 것들은 필연적으로 직업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픔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은 의미가 없다. 사람은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우리는 언어가 가지는 함축적이고 효율적인 표현 덕분에 대화를 빠르고 쉬이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미 약속된 뻔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표현의 평준화가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노트북 앞에만 앉아 머리를 싸매 고민하는 것보단 가끔은 발로 뛰는 것도 카피라이터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비효율적일 거라 생각했던 발로 뛰는 이런 시간들이 오히려 저에겐 가장 효율적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카피를 발로 쓰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되어보는 일은 그 사람을 아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내가 알잖아.”라는 일종의 신념과도 같은 마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내가 티를 내기에도 민망하지만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높은 공든 탑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겁니다. 이 또한 정신 승리일 수 있지만 ‘정신이라도 승리하는 게 어디야.’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그래 봤자 본전이라는 성을 차곡차곡 쌓으며 하루를 넘겨봅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분명 나의 오늘은 매일 쌓이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나뿐일지라도요.

누군가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냐고 묻지만 이렇게 제가 느낀 감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엮고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제 마음이 쉬는 길입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좋아하지만 몸이 가만히 있다고 해서 쉬어지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언제나 도망갈 은신처가 있다는 것, 마음이 쉬어갈 구석을 만들어 둔다는 것은 또 새로이 나아갈 동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퇴사하고 재미있는 것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유의 한가운데에 던져진다면 전 편안한 삶을 누리기만 하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도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적절한 스트레스가 동반되어야 창작을 하더라고요. 슬프지만 지난 10년은 그 진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회사는 딴짓을, 딴짓은 회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 둘이 적절한 무게로 서로를 받쳐주고 있다고 인정하며 그 사이의 밸런스 속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나만의 것을 만들어 냅니다. 늘 바삐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래도 월급 이외에 손에 남는 무언가가 있다면 덜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들이 내 불안한 감정을 지지하는 콘텐츠로 승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장인 정신보다는 멀티플레이어를 주목하는 시대라 많은 것을 해야 해서 굉장히 지치지만 그래도 시대가 나에게 내어줄 수 있는 문을 찾아서 얼른 열어보는 과정은 제게 많은 것을 줍니다. 하나의 직업이 어떤 영역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한번 그려보고 뛰어들어 보세요. 생각보다 멀리 또 깊게 갈 수 있을지 몰라요.

나는 말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엮어 넣는 사람. 제자리를 찾은 것만으로 말은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어. ○ 김새별 카피라이터(@byulabyul531)

‘보는 것만 고수’라는 말이 있다. 예민한데 게으른 족속들한테 일어나는 현상이다.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체험으로 보는 감각만 일류라는 얘긴데, 보는 것만 일류가 되어서는 머리만 큰 아이로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영화 〈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시번의 명대사를 언급하자면 ‘케이크를 보는 것과 맛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혹시 예민하고 게으른 족속들 중에 실재는 없고 보는 감각만 일류인 친구들이 있다면, 그래서 괴롭다면,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 김지운 《김지운의 숏컷》

이젠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 회사와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날씨에 내 상태를 맡겨버리면 위험하다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지금은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우산을 펼치고, 해가 났지만 너무 쨍쨍하다 싶으면 그늘에 숨고, 천둥이 오면 에어팟으로 귀를 막으면 된다는 것을 압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덜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더라고요. 이것을 깨닫는 건 온전히 저의 몫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구원해주지 않아요. 그러니 내 마음의 날씨는 내가 챙기는 겁니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비가 올 때 빗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변형 없이 루틴을 유지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최면술입니다. 더 깊은 마음 상태에 도달하기 위함이죠.
○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가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것들을 잘 관리하면 한 개인의 결이 된다는 사실. 그것을 적극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고르면 또 더할 나위 없다는 사실을 어느 소심한 사람이 카피라이터가 되어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나의 소심한 기질은 단점일까? 장점일까?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답은 ‘둘 다’인 것 같더라고요. 단점이지만 장점이라는 것을요. 단점과 장점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국엔 끝과 끝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예민한 사람을 뒤집어 보면 섬세하게 보일 테고, 둔한 사람을 뒤집어 보면 둥글둥글한 성격이 매력일 수 있죠. 성격이 급한 사람은 덜렁이는 단점이 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테고,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말을 더 신중히 고르는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죠.

‘진짜 이 길이 내 길인가.’ 하는 불확실성과 마주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이것밖에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중략) 자기가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것 같은 착각이라도 하며 살아야 그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다.
○ 주성철 《데뷔의 순간》 속 박찬욱 감독의 글

예술적이거나 평균을 상향하는 일만이 재능은 아닙니다. 계산이 빠른 것도, 맞춤법에 유난히 예민한 것도, 드라마를 계속 보는 것도,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모두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이 지나침을 즐기다 보면 그 힘은 언젠가 직업이라는 빈 퍼즐로 나를 데려다주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옳은 길은 없어. 일단 최선을 다해서 판단하고 그 길을 옳게 만들면 되는 거야.
○ 박웅현 TBWA CCO

“고기가 좋으면 양념을 치지 않아도 맛있다.”라는 문장을 참 좋아한다. 인사이트가 좋으면 기교를 많이 부리지 않아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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