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았던 책이나 독서모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사실 대부분 좋아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좋았다 할지라도 사람은 기본적으로 최신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이 가장 좋은 책으로 둔갑한다.
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독서모임은 있었다. 거의 8~9년 전쯤 독서모임을 막 운영하기 시작할 때 일이었다. 독서모임은 나이, 출신 대학 등을 쉽게 묻지 못한다. 아무래도 책에 포커싱이 맞춰져있고 뜬금없이 나이, 대학교를 묻기도 애매하니. 그러나 전공을 묻는 질문은 꽤 흔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각자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들이 티 나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OO 님은 무슨 과에요?’라는 질문이 툭 튀어 나온다. 대부분 대학을 나왔으니 전공을 묻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날 모임에는 고졸 멤버가 한 명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서로의 학력이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모임장인 나는 신청 받을 때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그 사실이 불현듯 생각났다. 다행히 모임 중간에 그 멤버에게 어떤 전공을 했는지 질문이 향하진 않았지만 그 상황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 사건을 겪고 나서는 모임에서 어떤 질문이 ‘주류’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평소보다 다음 질문으로 빨리 넘어가는 식으로 그 질문을 폐기시킨다. 원래 내가 속한 세계의 이야기는 재밌는 법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초라해지는 법이니까. 특히 요즘도 그러지 않나. 투자를 안 하고 있다면 주식이 어떻고 코인이 어떻고 모두 관심이 없다. 50%, 100%라는 수익률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때 3%, 4%짜리 예금 금리가 되려 작고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요즘도 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참여하는 모두가 초라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인 것 같다.
나중에 그 멤버는 뒤늦게 대학을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