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그 사람은,
그 아이는 모든 백일장에서 장원이었다
한번은 월요일 조회 시간에
교단에서 상을 받고 내려갔다가
다시 이름이 불려 올라갔다가
하나 더 받아야 하니 내려가지 말라고 해서
학생들도 교장 선생님도 웃었던 적이 있다.
그건 어떤 기분일까
글 잘 쓰는 학생이 많은 고등학교였는데도,
주최 측에서도 좀 여러 학생 나눠주고 싶었을 텐데도,
도저히 그럴 수 없이 인정하는
너무 뛰어난 글
내가 하도 신기해하니까
그 애를 잘 아는 친구가 말해 줬다
아빠가 국어 선생님이라서 그래
어릴 때부터 항상 시집을 읽는대
중학교 땐가 캠핑 갔을 때
그 애와 내가 같은 조가 된 적이 있다
나는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해 주겠다고 몇 번이고 약속했다
그 애는 나에게 연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알려 줬다
“난 연세대 가고 싶어.”
“거기가 어딘데?”
“공부 아주 잘해야 갈 수 있어.”
“근데 왜 난 몰라? 안 좋은 학교 아니야?”
연세대만 보면
연세대가 과연 좋은 학교인지 궁금해했던
캠핑장 수돗가가 떠오른다
대학에 가서도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향 떠나 대학 생활이 어떤지
시험을 다시 치는 건 어떨까 고민했던 것 같다
대구에 지하철 화재 사고가 났다
그 아이가 탄 것 같다고 했다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다 똑같지 뭐.”
그 아이를 좋아했던 친구는 나중에
무언가가 다 똑같은 일이라고 했다
뭐가 똑같다는 건지……
몰랐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글을 잘 쓰면
대회마다 장원일까
교지에 실린 그 아이의 시를 펼쳐보았다
<기도>라는 제목이었고
‘할 말이 많아 멈추지 않는 파도처럼’
첫 줄에 소름이 확 끼쳤다
시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얘기만 하면
그 아이 생각이 난다
그 아이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얼마나 까맣게 빛났는지
나는 말하지 못한다
수학을 그토록 싫어했고
언어 영역을 얼마나 잘했는지
감정을 숨기지 못하던 표정을 기억하냐고
묻지 못한다
복통을 느끼면서 이미 쓴 이 글을 또 쓰고
몇 년 뒤에 꼭 같은 글을 쓸 뿐이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한다
그 아이는
내가 아는
가장 시 잘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