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풍경을 볼 때는 감탄사가 먼저 튀어나온다. 이때는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더라도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큼 더 좋을 수는 없겠다는 확신이 찾아온다. 함께 간 사람이 있다면 감탄의 문장들을 주고받으며 풍경을 즐기거나 혹은 혼자 갔다면 글을 남김으로써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질감을 간직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좋았다. 진짜 멋있다. 완전 최고다 같은 표현들은 당시에는 최고의 감탄사일지는 몰라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왜 좋았는지, 무엇이 멋있었는지, 어떤 것과 비교해서 최고였는지 전혀 알 길이 없어서 좋았다는 사실만 남아 아쉽다.
이번에 다녀온 가고시마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본 사쿠라지마 섬은 마치 지하철역에 걸려있는 멋진 그림 같았다. 연기를 내뿜거나 구름이 지나가지 않으면 두 눈으로 지그시 쳐다보고 있을 때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다. 숙소에서도, 배를 탈 때도, 높은 전망대에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웅장함이었다. 보기 전까지는 그깟 산이 뭐라고. 전에 시즈오카 가서 후지산도 봤는데 그것보다 훨씬 작은 사쿠라지마가 어떤 위엄을 펼칠까 싶었지만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높아야만 멋있는 것도 아니고 낮아도 얼마든지 멋있을 수 있는 게 산이었다.
가고시마가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도시가 아니라서 높은 건물이 그리 많지 않고,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어딜 가도 바다와 산이 한 세트처럼 움직인다. 덕분에 맑은 하늘과 파란 바다, 쉴 새 없이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어우러진 도시였다.
과거에 비해 여행 스타일이 조금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채워 넣어 즐기려 했다면 지금은 하루에 하나 정도만 채우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둔다. 쉴 수도 있고, 좀 더 보고 싶은 게 있다면 그곳으로 가보기도 하고, 아니면 할 일이 있을 땐 일을 하기도 한다. 하루에 적당한 ‘마진’을 두다 보니 오히려 여행이 여유로워졌다. 대신 2박 3일이나 3박 4일처럼 짧게 가는 것보다 5박 6일 이상으로 길게 간다.
짧게 가면 도착하자마자 아쉬운 탓에 조급한 행동을 많이 하게 돼서, 오히려 조급한 행동이 또 다른 아쉬움을 낳는 경우가 많더라. 그럴 바엔 하루 이틀 정도 더 시간을 붙여 조급함을 줄인다.
그리고 한 도시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보면 사람들이 출퇴근길의 풍경은 어떤지, 퇴근길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주말에는 도시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마치 영화 <패터슨>의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처럼 그 도시에서의 7일을 모두 느껴볼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