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회사 밖에서 1년 동안 고스란히 일했던 한 해였다.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가장 크게 만끽했던 2024년이었다. 나는 돈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돈보다 자유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걸 알게 된 게 올해 성취 중 하나. 프리 워커로 일하는 사람들에겐 항상성이 필요하다.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싶으면 쉴 때가 되지 않았나를 느껴야 하고, 너무 논다 싶을 땐 이제 일해야 되지 않나라는 위기감이 들어야 한다.
시간이 많아진 덕분에 일 외에도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진 한 해였다. 특히 일에 집중이 안 될 때는 따로 정리할 시간이 많아 경제 관련한 데이터들은 모두 노션으로 싹 다 정리했다. 잠시 머리 식힐 때 하려던 일이 어느새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걸 보고 ‘내가 이러려고 정리했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자료들이 한눈에 잘 보인다. 어차피 계속 볼 자료라면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정리하는 편이 좋다.
늘 연말이 되면 ‘내년에 뭘 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사실 그냥 하던 거 계속 이어서 하면 된다. 5월에서 6월이 되는 것처럼 그냥 2024년 12월이 2025년 1월이 될 뿐이다. 오히려 내년에 뭘 할까 보다 중요한 건 올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특히 기록한 게 아무것도 없을수록 돌아보기 어려운지라 그냥 한 해를 정리하기 귀찮다고 한 군데 쌓아두고 이불로 보이지 않게 덮어서 퉁 치는 경우가 많다.
내년 계획은 머리로 하는 ‘말’이고 올해 했던 일들은 몸으로 했던 ‘행동’이다. 말은 언제나 행동보다 앞서지만 결국 남는 건 행동뿐이다. 그러니 내년이 더 잘 되기 위해서는 내가 걸어온 올해의 흔적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나는 무엇을 계획했고 그것을 달성했을까 또는 어떤 이유로 달성했지 못했을까를 분석하지 못한다면 지금 세우는 계획의 설득력은 약해진다.
내년에는 꼭 달성하고 싶었던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올해 세운 새로운 계획 중에 달성한 녀석들을 살펴보자. 없다면 하던 거나 잘하자.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